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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격언] 남자만의 고독 철의한스이야기

2011.04.15
북마크 [출처 이동]    작성자 정보
남자만의 고독 <로버트 블라이> 읽다.

원제는 “Iron John”이다. 독일의 신화에서 나왔으므로 “철의 한스”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그 신화는 대충은 다들 들어본 내용이다. 왕이 사냥갔다 연못에서 거대한 야성인(야만인?)을 발견하여 왕궁에 가두고, 그 어린 왕자가 실수로 야성인을 풀어주고는 겁에 질려 야성인을 따라 나서고, 세월이 흘러 청년이 된 왕자는 이웃나라에서 정원사로 일하는데, 적국의 침략을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야성인의 도움으로 물리치고 이 나라의 공주와 결혼하고 마침내 야성인에게 걸려있던 마법도 풀리게 된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정작 다루고 있는 내용은 신화가 아니라 “남성”에 대한 내용이다. 이 책의 저자는 많은 상담사례를 통해 이 시대의 남성들이 자신이 본받고 따를만한 “남성상”이 없어진데 대한 혼란과 고통에 괴로워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자칫하면 “안티 페미니즘”으로 오해될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저자는 “페미니즘”의 반대 개념으로서가 아니라, 남성 그 자체의 모습이 원래 어떠했고, 어떻게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이어져 내려왔는지를 신화를 통해서 설명해준다. 신화는 단순히 상상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후손들에게 오랫동안 전해줘야하는 개념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변질되지 않도록 이야기라는 형태로 포장한 것이다. “철의 한스”라는 신화는 바로 “남성”이란 어떤 모습인가. “남성”의 남성다움은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고 이어져 내려가는가를 우리에게 오랫동안 일깨워주기 위해 만들어진 신화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 책의 일화를 하나 소개한다.




한 여성은 1남2녀를 혼자 키우고 있었다. 딸 둘은 별 탈 없이 자라주었는데 아들이 말썽이었다. 열네 살이 되자 아들은 아버지와 살기 위해 집을 나갔다. 그러나 한 달 있더니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아들이 돌아왔을 때 어머니는 집안에서 여자 셋이 뿜어내는 여성의 에너지가 아들에게 버거웠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도리가 없었다. 한두 주일이 지났다. 어느날 저녁, 그녀는 아들에게 말했다. “존, 와서 밥 먹으렴.” 아들의 팔을 만지는 순간 <그>는 폭발했고 <그녀>는 밀려나 벽에 부딪쳤다. 앞에 언급한 것과 동일한 폭발이었다. 어느 경우든 해치려는 의도는 없었으며 되풀이 될 거라는 증거도 없다. 이 사건에서 몸은 정신이 모르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머니는 잠시후 말했다. “이젠 아버지한테 가거라.” 아들은 “알았어요”라고 말했다.




이 부분을 읽었을 때 나는 크게 놀랐다. 나도 고등학생일때부터 대학교를 졸업할때까지 내 어머님이 뭐라고 하시는 말마다 다 짜증나고 귀찮아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별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그냥 “밥 먹어라”와 같은 사소한 말조차도 들으면 왠지 모르게 화가나고 반항하고 싶어졌다. 그 때문에 내가 왜 이렇게 불효자가 되었나 심각하게 고민도 해보고 가능한 기쁘게 응답하려고 노력도 해보았지만, 그 원인은 알 수가 없었다.

작가가 말하는 그 원인을 간단히 말하면, “아버지의 부재가 아들의 어머니에 대한 일탈을 부른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아버지의 역할을 다해 “남성다움”을 온전히 아들에게 전달해 줄 때에 소위 “빗나가는 아들, 애타는 엄마”의 비극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남성다움을 일깨워주는 진정한 아버지. 과거에는 임금을 國父라고 부르기도 했다. 백성의 아버지 역할을 한다는 의미이다. 지금 우리에게 “아버지”의 역할을 수행하는, 아니 수행할 수 있는 자는 과연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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